100일 작문. 107일째 상하이 첼시 부츠야

 저의 상하이 첼시 부츠에

안녕. 정말 고마워.

너를 산 것은 2015년 상하이에서였어.아마 9월쯤이었을 거야내가 살고 있던 주가휘의 메이몽촌 지하 1층에 있는 원단 좋은 브랜드의 가게에서 너를 신어 보고, 어떻게든 결정했어.구두 한 켤레에 20만원을 쓴 것은 처음이었다.

넌 색깔이 독특했어조금 어두운 파란색이라고 해야 할까.어두운 애쉬인디고라고 해야 되나?

너를 신고 처음 중요한 행사를 간 것은 항저우 알리바바 콘퍼런스였다.910월쯤이었을까.

넌 정말 유용했어.예뻐도 신기 편하더라고기자생활할 때 가을부터 봄까지 너만 신고 다녔어여름에만 샌들 신고

너를 오랫동안 몰랐던 건 딱 자전거 여행할 때뿐이야.아마 2018년 2월 중순에 너를 다시 서울 집에 두고 그다음 2월에 다시 신기 시작했을 거야.

거의 6년을 함께한 너10월에 한국에 왔을 때, 구두창, 말하자면 혀가 벌어져 엄마가 고쳤는데, 아저씨가 이걸 버려야 된대, 아주 오래됐대. 구두창, 구두창도 다 붙이고 있었대.내가 그냥 강력접착제로 붙여달라고 해서 엄마가 그렇게 해줬어.이번에 베를린 신고 갔다가 한 번 더 떨어지면 내가 새로 산다고 그랬어

너는 아주 잘 받쳐 주더라.봄이 올때까지

로스톡의 아름다운 자갈투성이인 리엔하겐비치를 걷다 보면 자갈이 너무 많아서 결국 다시 밑창이 떨어져 내렸다.나의 호스트였던 요하네스가 그것을 알아채고

어? 신발이... 아 나도 알아 원래 그랬어

하고 쿨하게 말했다.신발이 아파서 일주일 안에 다시 신발을 사거나 강력 접착제를 찾으려고 했어.

다음날 로스톡 바네뮌데에 갔다. 관광지 거리는 구두와 옷은 싸고 품질도 나쁜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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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사장을 간신히 빠져 나간 적 없는 곳을 걷고 있는데, 문득 예쁜 무늬의 우비 가게에 끌려 들어갔다.
거기서 첼시 부츠 하나 보고 내가 36사이즈 있냐고 물어봤어
점원이 신발을 가져왔다.바닥재가 고무로 되어 있고, 특허로 된 신발이라고 작게 써 있었어. 물어보니 맨발 신발이 그렇게 편하대. 너무 입구가 좁아서 신발 신기가 힘들었어.신고 좀 걸어봤어.흠, 그래, 편해 보이더라.
가격이 175유로. 와... 정말 비쌀 줄 알았는데 너도 20만원 들여서 6년 신었으니까.그래서 고민에 들어갔어
점원은 비슷한 부츠를 지금 3년째 신고 있다고 했어.씻을 때는 스폰지로 쓱쓱 문지르라고 했다.방수는 거의 된대.유연성이 뛰어나 여름에는 저 밑창을 벗겨서 신으면 된대.
베를린에도 매장이 있대세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베를린 가게에서 살까 고민했어.근데 베를린에 가면 또 그 매장을 찾아야하고, 또 코로나 때라 문을 열지도 모르고, 그리고 언제 또 시간내서 거기 가서...그런 귀찮은 생각이 들었다.
결정적으로 이 신발을 사게 된 건 가볍고너보다 더 가벼웠다구.
그래서 나는 사겠다고 했다.

그날은 4월 3일 부활절 토요일이었다.점원은 토끼포장 과자도 하나 올려주었다.신발을 들고 가게를 나오니 기분이 좋더라.이걸 무겁고 귀찮게 들고 다니느니 너를 버리고 새 구두를 신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너와 충분히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우리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까그래서 바네뮌데에서 로스톡 오는 기차로 너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어.
저는 시내 관광을 하고 빨리 표를 사고 연어 두 조각을 5.5유로에 사고
11시 48분 기차를 탔다.사람이 없는 칸에 앉아서 너를 벗고
새 구두를 꺼내 신고 그 빈 상자에 너를 넣었다너를.
최근에 다나가 주최한 에퀴 녹스 세리머니 때 돌바닥에 앉아 어둠 속에 촛불을 들고 있었어그때 떨어진 밀랍에 넌 더 얼룩져 있었고, 그 얼룩과 밑창이 지워졌고, 그렇게 세월이 자취가 그대로 녹아 있는 널 보니 더 네게 고마웠어.진짜 잘 신은 줄 알았어
너한테있던그깔창아니면브러쉬.그브러쉬는한국맞춤깔창하는회사가내발모양에맞게20만원짜리브러시를만들어줬거든.내 다리는 요족이라 그 깔창이 있으면 오래 걸을 때 도움이 된다.구두 값에 버금가는 그 비싼 깔창을 나는 떼어냈다.깔창조차 없는 널 상자 뚜껑을 닫고 종이봉투에 넣었어. 그리고 로스톡 중앙역 입구에 널 놓아뒀어.
정확히 40분 후에 다시 로스톡 역으로 돌아왔는데, 넌 아직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어.나는 지나쳐서 루벡으로 어슬렁어슬렁 갔다.
너랑 한 게 너무 많아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널 신고 뮤지컬 무대에 섰을 때그때 머리부터 발끝까지 흑인 여자 변호사 역할에 맞게 입으려고 옷도 새로 사고 머리도 레게 머리를 하고 꽤 신경을 썼는데 신발은 당연하게 널 신었어.그리고 무대에 섰다.너는 나를 잘 받쳐 주었다.
2019년 10월 첫째 주 : 뮤지컬 단체 촬영


2019년 10월 네이버 김 대표님 만났을 때
2019년 11월 1일 공연 리퍼 원숭이
2019년 11월 2일 공연 당일
2019년 11월 6일 성수역의 한 전시실.
2019년 11월 둘째 주 인산죽염 다큐멘터리 동시통역 했을 때
2019년 12월 초 베를린 가기 전에 우영이 형, 지민이랑 강화도 여행
2019년 12월 19일 베를린 이스트 갤러리에서 프리허그 했던 날런던 정경대학 합격 소식을 들은 날.
2019년 12월 29일 포츠담 에 현진이랑 여행 갔다가 크리스가 산소 궁전을 보여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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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3일. 뤼벡은 새 구두를 신고 하루종일 걸었지만, 역시 깔창이 없어서 발이 무척 아팠다.
다음 날, 맞춤 깔창을 깔고 다시 시내를 걸었다.이번에는 발뒤꿈치에 멍이 든 것처럼 너무 아팠어.그래서 베를린에 도착한 후에는 운동화만 신고 있어.잘지내지?
고마워 내일 회사에 새 구두 신고 출근하면 정말 너를 잊을까봐 부활절 휴일의 마지막 날인 오늘 너를 보내는 이 글을 쓸게정말 고마워
너를 아끼고 잘 신던 채원이가
추신: 아, 이제야 생각난다. 내 친구들이 내가 매일 너를 많이 신어서 혹시 내가 너를 몇 켤레 사지 않았을까 생각했대. 4월 5일 부활절 휴가 마지막 날 밤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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