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의 융통성 있는 교활한 이야기

 라떼는 말이야 오베라는 남자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하려고 한다. 오베라는 스웨덴 노인을 주인공으로 서술한 책이다. 코베에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규칙을 준수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시해 왔으며 원리 원칙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왔다. 불운한 사고로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된 그는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배운 기술을 통해 아버지가 일하던 열차회사에서 일하다가 억울한 도둑질 누명을 쓰고 잘리고, 보험판촉원 탈을 쓴 사기꾼에게 보험사기를 당해 재개발구역에 있던 집은 화재로 잃고, 우연히 기차역에서 유일하게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스페인에서 버스 사고로 아이를 유산하고 동네에서 유일하게 말이 통했던 르네에 의해 지역자치회장직에서 쿠데타를 받는 과정에서 지금의 성격을 갖게 된다. 흰 셔츠를 입은 놈들은 못 미더워 망하게 마련인 관료제를 따르고, 요즘 젊은이들은 제 도구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컴퓨터에만 의지해 일을 처리한다고 생각하고,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을 속이려 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사는 성격을 말한다. 그렇게 사랑하는 여자는 암으로 죽고, 오베의 흑백 인생에서 유일하게 색깔을 더한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오베는 자살을 결심하게 되지만 새로 이사 온 그의 이웃들은 그를 가장 짜증나게 죽게 하지 않는다. 결국 오베는 그 과정에서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받아들이게 된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는 그저 오베를 융통성 없는 콤머의 이야기로만 생각했다. 아무도 개의치 않고 오히려 적당히 넘어갈 일을 하나하나 걸치고 넘어지는 거추장스러운 성격이었고, 그러나 갈수록 오히려 그와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갖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오베는 성장의 배경을 생각하면, 매우 건실한 성장자였다. 16살 때 그런 상황이 왔다면, 나는 탈선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가 비록 조금 고집이 세고, 대부분의 일에 의심을 품고, 낙관적인 젊은이를 한심하게 보는 만성적인 성격적 결함을 가지고 있어도, 또 그런대로 오베의 매력이 되었지만, 소냐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오베의 매력이 되었지만. 비난할 수도 없지만.

읽고 있으면 되게 호감이 가, 그 오베

내가 오베라는 인물에 대해 가장 호감을 느낀 이유 중 하나는 소냐에 대해 생각하는 그의 마음 때문이었다. 평생 회색세계를 살아온 코베에에게 색채를 준 것은 소냐였다는 구절에 나는 매우 큰 감동을 받았다. 동시에 누군가에게 그런 느낌을 주고받는 것에 대해서도 부러움을 느꼈다. 아마 기적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것을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한순간의 강렬함으로 끝나지 않는 코베에의 사랑은 그 완고하고 비합리적인 것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코베에의 만성적인 성격까지 바꾸어 놓았다. 비록 오베의 성격이 완전히 변한 것은 아니었지만, 소냐의 한마디로 모든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에게 소냐는 모든 것에 예외를 둘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이런 코베에에게 어찌 호감을 가질 수 있겠는가.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전반적인 생각은 작가가 매우 친절하다는 것이다. 오베가 운전하는 차의 서브에서 이 이야기의 배경인 스웨덴은 전혀 모르지만 아주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방해되는 미사여구가 많이 들어 있지 않아 문장이 짧게 끊기지만 문체가 그리 이상하지는 않다. 간결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좋아. 개인적 취향으로는 사실 어렵고 고상한 미사여구로 꾸며낸 책보다는 이런 책이 더 읽고 싶어지는 것 같다. 오베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과 작가의 간결한 문체에서 나오는 가독성이 시너지 효과를 이뤄 오랜만에 아주 좋은 책을 만난 것 같아 즐거운 독서였다.

원래는 소설가가 아니라는 디플레드릭 버크만

이 칼럼을 쓴 작가 프레데릭 박만은 원래 스웨덴 칼럼니스트이자 블로거였는데 블로그에 연재한 글을 묶어 작가로 데뷔하게 된 작품이 바로 이 소설이라고 한다. 그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정식 작가 교육을 받지 않고 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만들어진 작품이어서 그런지 다른 소설과 비교할 때 나타나는 이 소설만의 뚜렷한 특징 덕분에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먼저 이 소설은 여러 핵심 키워드를 따라가며 전개된다. 하나의 큰 중심 사건이 아니라 파르바네 같은 인물의 활발한 성격이라든가, 소냐와의 과거, 오베 씨의 성격이나 그의 잇단 자살 시도, 차를 사랑하는 마음 등의 소재가 그렇다. 이런 특징 때문에 다른 소설을 읽다 보면 그 소설의 주제를 한 줄로 떠올리는 경우가 많고, 사실 그것이 우리가 어려서부터 배워온 문학작품 한 줄의 주제 또는 의의라면, 이 소설은 한 줄의 주제를 떠올리기보다는 다양한 일화를 통해 나에게 준 따뜻한 감정을 되새기게 된 것 같다.

다음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는 할아버지를 주인공으로 설정했고, 최근 문학과 영상작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젊은 남녀 간의 사랑이라는 주제를 떠나 가슴 따뜻한 일상의 행복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또 스웨덴 한 마을의 일상을 표현한 소설은 처음이어서 스웨덴인의 문화와 생활방식을 처음 접하게 됐는데 같은 유럽이라도 과거 파리와의 생활과도 많이 다를 것 같았다. 지금까지 살아온 곳과는 다른 환경에서 바쁘게 살아온 일상 속에서 소확행을 안겨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