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값 것이

 2.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사랑도 있고, 매번 문제가 다른 애인도 있을 겁니다. 매번 문제가 다를 경우에는 도대체 어느 부분을 해결하고 어느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어서 답답합니다.


저 역시 연인과 말다툼하는 이유가 매번 조금씩 달라서, 도대체 무엇이 문제의 본질인지 확실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서로 크게 틀리는 일은 없다는 것에 저와 연인은 동의했습니다. 거짓말을 하거나 이성의 문제가 있거나 상대방이 싫어하는 행동을 반복하거나 하는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것도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갈등이 없는 건 아니어서 서로 외로움을 느끼고 해결하기 어렵기는 여느 연인들과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서로 싸우는 방식이 다르고 입장도 달라 헤어지는 걸 염두에 둘 만큼 감정 소모가 심했던 것 같아요.


다행인 것은, 실제로 만나니 사이가 좋았기 때문에 갈등을 없애는 방법은 연락을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주말에 친구를 만나기 전날 약속 시간과 장소를 정하듯이 연인 사이에서도 그렇게 한다는 것이죠. 저는 제안을 했고 제 애인은 그렇게 해보자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제 친구는 이 방법이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회피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본질적인 해결방법이 아니라는 친구의 말에 저도 동의했지만 회피한다기보다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 보자는 생각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5. 이 방법의 효과는 놀라웠습니다. 연락하지 않은 상태가 기본치인 연애는 평화로웠어요. 서로 연락하는 말투나 분위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일은 없었습니다. 평소 떨어져 있을 때 연락(문자메시지나 전화)으로 싸우는 과정에서 오해가 많이 생기지만 오해가 생기지도 않았어요. 이번 주 안에 갈등이 생기면 주말에 만나 화해하는 데 시간을 써야 하는데 싸우지 않으니까 주말에 만나면 행복한 데이트를 하는 일만 남았어요. 오히려 이야깃거리가 더 풍부해진 것 같아요.


이 방법을 10월 23일부터 적용했으니 지금까지 한 45일 정도 됐네요. 마음이 평화롭습니다 저는 그동안 제가 모든 사소한 것들을 공유하는 연애를 하고 싶었거든요 서로 무언가를 할 때마다, 어디를 갈 때마다 보고하는 것이 서로를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처음 이런 시도를 해보니까 제게 더 잘 맞는 방법이 있었던 것 같아요. 역시 뭐든지 제 자신을 알아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저도 항상 연락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아직 제 자신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나 자신을 아는 것보다 살아가는 데 더 중요한 게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7. 연락하지 않는 상태가 기본이지 연락하지 말아야 할 것이 없습니다. 평일에도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메세지 보낼게요. 하지만 이미 마음의 여유가 있기 때문에 답장이 바로 오든, 10분 후에 오든, 2시간 후에 오든 상관없게 되었습니다. 단지, 답장이 왔으면 기쁠 뿐입니다. 또 지금까지의 저와 연인에게는 이 방법이 잘 맞는 것 같은데, 어떤 연인에게는 전혀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방법들은 서로 신뢰할 수 있다는 믿음을 필요로 하는 방법인 것 같아요. 또 우리 두 사람에게 맞는 방법, 우리 두 사람에게 더 좋은 것이 있을 수 있다는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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